기쁜 말

기쁜 말

말 되새기는 버릇 생겼네

네 가장 아름답던 말

사랑해요

아픈 말

자살하면 가슴 아플걸

갈애渴愛와 미움은 다 한 가지 애愛라니

사랑이 죄수복을 입는다

말이 남아 사람 된다

깎는 말 미루고

나가 너 된 다듬은 말

풀밭의 구름처럼 한가로이만 전할 일

말이 생각이기에

생각 다듬고 생각밭 꽃 기르듯

말의 스님이어야 하니

도의 경지가 아니면

다물어야 하리 헌데

새끼의 말에 베이고 찔려도

아프지가 않은 건

사랑 때문인가 그리움 때문인가

구름도 모른 척 지나만 가네

늦가을 외박

군에도 사람이 살아

사람살이법이 밝아진 오빠가

동생을 어우르는 이 밤이

성숙의 불빛이 밝아

어찌 이리 환한지요

남매는 끈끈할 수밖에 없어

몇 가닥 희망을 주고받는 이 장면이

언젠간 올 줄 알았지만

막상 오면 이런 건가요

사랑은 사랑 밖에 모르는 까닭에

밤낮을 재치고 보듬기만 하지만

밖의 사람들이야 그럴까요

부끄럽지만

사랑 하나도 참고싶잖은 난

애비라는 땀나는 사람

늦가을 외박 나온 아들에게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박을 선물하고자

술잔을 대보며 술잔을 대보며

마음도 끼얹어 봅니다

밤비

판초우의를 입고 너처럼

철조망 너머를 응시했던 날이 있었다

그 밤 할머니 할아버지도

밤비를 지금처럼 봤으리라

판초우의를 입으면

한없이 나부끼는 것이 보였다

유년의 거리와

빙하기의 친구들과

결빙된 부모와

흔들리는 생활의 깃발

눈보라와 안개와 교회종소리

백마의 갈기 펄럭이며

꿈틀대는 도시의 조명

두고 온 세상이 보이곤 했다

초소를 적시고 흐르는 산물 곁에

눈물을 낮게 흘리고

별과 달이 없어도 읽히던 모든 것들

이렇게 비가 내리면

밤새 빗소리 듣는다

밤새 네 소리 듣는다

설거지

문지르고 닦고 세제 뿌리고 훔치고 행구고

작은 그릇 큰 냄비 수저까지

자식처럼 만져주고 세워주는데

평생 설거지하듯 자식들 길러주던 이

마음 없듯 생각 없듯

드러나지 않은 깊은 그림자 지난다

인생 설거지도 그러해

지난날을 문지르고 닦고

세제 뿌리고 훔쳐주면

사람 빛을 발할까

어머니 같은 은은한

그림자 지나갈까

하루하루 백팔 배를 하고

앨범을 넘겨 아픈 일

지우고 만져주며 설거지를 하며

눈물로 닦아내는 시각

밤새 눈이 오던 지평선

햄버거 집

아들아

이승과 저승 요단강이 막아

다행이구나

육십 넘겨 눈알에 주사 맞고

햄버거 씹고 있는 노인을

할머니는 모르시리

평생 노력했건만

남들은 쉬운 돈 벌기

어둡고 힘들구나

제대로 된 가업 하나 없이

근검절약이나 떠밀며

강심장도 막무지도 챙기지 못한

한갓 선비의 말석꼬라지 물리고

창밖을 보니 기가 막히다

아는 건 하나

천지가 그리움인데

눈발로 회칠한 하늘 밑

바람은 정류장을 비켜가고

회한의 신장로인데

보고픈 건 저리도 많이 퍼부어

또 눈물이다

맥모닝

이날의 새벽이 맥모닝을 흡입하며

목숨으로 건너간다

생존의 해는 어김없이 뜨고

플라스틱 포크로 바쁘게 잘라 넣는

에너지 칼로리

전자레인지 뚜껑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잠시 엄마의 따끗한 추억을 건네준다

떠나가는 것만 이어지는 세월

결국 나에게서 나까지 떠나면

남잘 것 없는 생을

산다고 이어보는 답 없는 끈

군에 간 자식이 생각나는

맥모닝을 씹으며

맥모닝에 씹히며

오늘도 장렬한 새벽에 서서

왜 먹는지를 묻는다

목란반점

산다고 고민하고

잘 살아야 한다고 울 나이

조금은 더 겪었지만 마찬가지

목숨 끝까지 사는 법 익혀가는 아비는

함께 가는 지상 동안

아들 해줘서 고맙기만 하더니

두메산골떼기 아비야

밥해주고 밥 멕이고

밥걱정 하나 밖에 사랑법을 몰라

이렇게 밖에 못 살았지만

군대가 병장 월급 짤라 모아

이 땅 최고의 쉐프집에 벌여 논 상

생신 밥 한 끼 먹자고

휴가 와 애가 베푸는 상

가족은 밥상

밥상에 눈을 뜬 아이와

집에 돌아오며 기가 막혀

자꾸 쳐다 뵈지는 천애 하늘

쏟아질 듯 한 다발 별빛이

그렁그렁 달렸다

2016.2.11. 목. 연희동 목란

나비라면

먼 외지에서 편지 부치고 오던 날

봄바람에 나비 날아

아들 부대 장갑차 포신에 앉는 꿈

금세 아들 오지 않아도 좋다

봄 햇살에 펄렁이는 글자 조각

훨훨 하늘이 좁다 바람을 타도

편지의 넋이야

글자의 영혼이야 찢어지겠는가

젖어 밟히겠는가

분명 봄 산하의 꽃으로 접힐 게다

숙명처럼 아비와 아들로 만나

소풍 나온 호숫가의 잔물결처럼

몇 분간은 흐느낄 게다

동그랗게 조금 머얼리

가슴 기슭을 찾아 닿아볼 게다

병장의 하늘

어떤 여인도 가르쳐 주지 않던

기다림을 아들로 배운다

집 떠난 적 없던 새끼가

눈망울을 풀어내며

머언 산 너머에 있어

북쪽 하늘은 늘 눈 오기 전야

울먹울먹 무겁더니

작대기 하나가

둘이 되고 셋 넷 병장이라니

하늘 하나 믿고 사는 법 밖에

모르는 애비 위

하늘이 세월로 밀며

아들을 돌보고 있었구나

하늘이 할 일을 하고 있었구나

비 먹은 하늘 무게를

껴안아 본다

제대 예감

애가 커서 군 사랑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단다

2년여 비워둔 방

방바닥을 쓸어보고

커튼도 만져보는 손길

벚꽃 보듯 벚꽃 보듯

눈길 난로 따듯하다

포근할 것이 있으면 최대한

푹신할 것이 있으면 최선의

마음을 깔아주고 덮어주며

토닥여준다

사람 있던 자리가 사람이다

아들 있던 자리가 자식이다

그리움 있던 자리가 부모다

(null) 2 산문편지

추석달

광릉숲 숯가마 찜질방에 엄마, 동생과 추석맞이 땀 한번 낸다. 너와 발 담그던 동그란 자갈 욕조 따듯한 물속에 동생과 발 담그고 이 글 쓴다. 너와 먹던 삼겹살 먹고 달이 동그란 주차장을 다섯 바퀴 도니 트림이 났다. 역시 맛있단다. 엄마는 이곳 각 방마다 돌아다니고 가져온 고구마 숯불 속에 구웠다. 담배를 무니 계곡물 소리 조용하고 달빛에 숲이 벌레 소리 낸다. 너까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게다.

도회를 떠나 불빛 없는 숲이나 연병장을 별빛 아래 지켜봐야 하는 경험을 너도 체험해보겠구나. 경외심이 드는 많은 풍경이 생경하겠지만 원래 사람도 그중에 일부였던 걸. 빛을 밝히고 물과 바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 쓰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도회 밖에서는 그렇게들 사는 걸. 조금 더 걸어 나가면 수많은 인류가 그렇게 살다 가는 걸. 너의 성장기에 접한 밝음과 편리와 안전이 다 누군가의 노력이 스며졌던 걸. 그래서 너도 모르게 빚이 있었음을. 군대 때문에 첨단과학이 늘 발전해왔고 첨단은 지금도 군대가 가지고 있음을 너도 알리라. 그러나 대부분의 군대는 도시를 지키기 위해 야전에 있다. 어두워도 그곳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애들 중에 무책임한 삶의 자세를 가진 놈들을 너무도 많이 본다. 저 하고 싶은 일만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누구는 안하고 싶으랴. 그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사람으로 낳아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한 사람은 분명히 비인간적이었다. 인간 도리를 다하지 않은 무책임한 놈이었다.

발은 현실을 밟고 눈은 이상을 향해야 한다. 현실을 버리고 이상만 쫒으면 안 된다. 우선 먹고 자는 문제부터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 누구에게 신세지면 안 된다. 우선 당면한 현실에 충실하며 이상적인 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현실의 문제를 책임지며 이상의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양립하다가 이상에서도 수입이 생기고 커지면 이상의 생활로 옮겨가는 거다. 무책임하게 세상에 왔다가 무책임하게 살다 무책임하게 간다면 이 얼마나 빌어먹은 인간인가.

젊음의 때에 지금처럼 알았었다면 지금처럼 바라보거나 느낄 수 있었다면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는 이는 많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다 생각 드는 일이리라.

그러나 그 때에 늙은이처럼 안다면 그 얼마나 엉망이 될까.

젊음의 때에는 그 다워야 하고 늙으면 또 그 다우면 되는 거다. 너무 가깝게 보고 근심하고 너무 먼 일로 걱정할 것도 없다. 걱정하는 일의 80%는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란다. 처한 땅에 처한 일에 최선을 다하며 조금은 단순하게 사는 것도 행복이다.

군인의 때에는 군인다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도 하나만 제대로 습관화 시키면 천하를 얻는 것이다.

아빠가 네 나이라면

아빠는 교직을 그만 둔 후 동서양 철학, 종교, 역사와 인문학 등을 두루 섭렵해보자며 지내왔다. 그리고 그것에 빠져 몸을 돌보지 않고 과로하여 대상포진이 걸릴 정도로 재미있게 공부하였다. 그리고 공부하는 것이 이 세상 즐거움 중 가장 으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잘못 안 것을 깨우쳐 가는 즐거움은 밥을 굶어도 비교할 수 없는 희락이었다.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희열에 들떠 살게 하더라.

지금에 와서는, 내 다시 젊음을 맞아 공부하게 된다면 고고학이나 역사를 공부하며 우리의 잃어버린 상고사를 찾아 중앙아시아와 중국, 몽고 ,시베리아를 탐사하며 업적을 쌓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느끼게 된다. 젊었을 때 지금처럼 알았더라면 그리하였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이다.

요즈음 공부한 것을 통합하면 이런 것을 알게 되었다

인류기원설에는 우주의 다른 별에서 왔다는 우주기원설과 신에 의해 창조됐다는 창조론과 다윈의 진화론이 있다. 공히 태초는 혼돈의 바다시대이고 그 각 기원자들이 바다와 육지를 나누고 빛과 어둠을 가르고 탄생시켰다한다. 그 후 지구의 지각변동과 화산분출, 빙하기의 왕복이 번복되었단다. 태초에는 현재와 달리 지구 위 하늘에 한 꺼풀의 물 층이 감싸고 있었는데 이것을 궁창이라 하고 태양의 나쁜 파장을 막아주어 인간의 수명이 천 살 정도였다 한다. 이후 그 궁창이 무너져 대홍수가 있었는데 이후 인간 수명은 짧아지고 ,그때 큰 대륙들이 물에 잠기고 인류는 높은 곳으로 피하게 된다. 성경보다 몇 천 년 전에 지어졌다는 부도지, 한단고기를 읽어보아야 한다.

우리민족은 상고시대 때 기후 때문에 파미르고원에서 살았으며 이후 무리져 갈라져 바이칼 부근부터 중앙아시아로 퍼져나갔고, 그것이 환국을 이루었는데, 12환국이 바이칼부터 흑해까지 그 넓은 지역에 살았었다.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 역사를 일본이 다 소멸시켜 자료가 약하지만 현재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키르키스탄,우즈베키스탄,몽고 등지의 국정교과서에는 상고시대 12환국을 버젓이 그림화시켜 가르치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천손민족이라 자칭하고 있다. 아빠도 초등학교 때 배운 지리부도의 앞부분에 12환국 지도와 이름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그 후 환웅시대 3310년, 환인 1556년을 지나며 수많은 부족 종족이 갈라지고 각기 살아 왔는데 그중 바이칼 몽고지역에서 남하하여 남몽고와 중국 산동지역, 만주까지 흩어져 살던 소위 지금 동이족이라 부르는 민족이 단군을 시작으로 고조선을 기원전 2333년 건립, 우리 민족의 건국시조가 되었다. 이 동이족이 이룬 문명이 세계최초의 문명으로 보는 홍산 문명이며, 기원전 7000년 이전으로 보고 있다. 황하문명, 이집트문명 등은 기원전 3-4000년경으로 보며, 수메르 문명은 BC6000년경으로 보는데 이보다 이전 문명으로 내몽고 아래 발해만 위 요하지역 일대의 문명을 말하며 약 100년 전 엄청난 유적이 발견 된 것이다.

특이 사항만 몇 가지 언급하면, 동이족이 사슴발자국을 보고 만든 녹두문자를 사용하다가 갑골문자를 만들었고 현재 한글과 똑같은 가림다토 문자 35자를 사용하였다. 갑골문은 하,은,주시대에 전서로 발전하여 사용되다 진나라에 의해 글자도 통일되어 발전시켜 한자로 발전하였으며. 가림다토문자는 명맥이 끊어졌다가 세종대왕 때 한글로 바뀌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것인데, 이로 보아 한자와 한글, 세계 최고의 뜻글자와 소리글자를 다 발명한 민족인 것이다.

종교부분에서는 환웅시대 천부경이라는 것이 있는데 천부경의 기본사상이 우리나라의 근본종교인 신교로 몇 천 년 후 불교로 유교로 도교로 갈라져나가고 기독교로 퍼져나갔으며 기독교에서 마호메트교가 가지 쳐 나갔다. 즉 천부경은 인류 종교의 시원이며 경전의 경전이라 일컬어지는 이유이다. 천부경 강의를 들어 보아라. 기독교의 창세기는 옛날 동양에서 옛날이야기로 흘러오던 이야기를 적어놓은 것이라는 거다.

종족적으로는 티벳족과 만주족 중국 중남부의 묘족이 단군 때 갈라진 가장 가까운 겨레 개념이며 아메리카의 인디언은 99.99% DNA가 같은 이주민족으로 말과 풍속에 같은 점이 너무 많다는 거다. 전 세계를 뒤팔락이는 중화계 화교 거상들은 묘족이라 한다.

치우천황은 환인시대 14대 천황으로 중국인의 시조인 황제와 10년간 70번을 싸워 이긴 전쟁의 신으로 산동성에 묘와 묘비가 있어 몇 년 전 발굴, 관광지가 되었으며 동이족인 공자는 유교를 이뤄 오늘날 중국인의 스승이 되었다. 중원대륙은 동이족의 통치에서 한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의 지배가 이뤄지다 우리와 같은 계열인 원, 금, 청나라에 의해 지난 100년 전까지도 통치했었으며, 다만 우리 한국은 점점 축소되어 오늘날 반도에 갇히게 된 것이다. 신라시조는 거란족의 김일제왕자, 금의 시조 는 경주김씨 신라 경순왕의 왕자로, 여전히 몽고와 중원 일본 등지는 우리 동이족계열이 다스리고 이어가는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등 등 이상 얘기는 증명할만한 자료들이 다 있단다.

이제까지 아빠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 전혀 차원이 다른 경천동지할 사실들을 접해가며 젊음이 남아있다면 도전할 분야가 너무 많음에 안타깝기만 했단다.

아들아, 인생을 바쳐 빠져 연구할 분야나 일을 발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게 생을 이어나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다. 행복할 수 있다는 거다. 아빠는 아들이 다만 살다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역사가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이 있다. 우선 한문에 남다른 실력이 있어야 하며 영어와 중국어 더 나아가 몽골어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 인도의 고대어인 산스크리트어와 한국의 지방 사투리까지 알아 우리 고대어 지식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다.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외의 외국자료들을 해독할 능력이 있어야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초로 어학공부를 하는 것이다. 난 이런 메커니즘을 절실히 알지 못했기에 기초공부에 소홀해 자격을 갖추지 못하였었구나. 통탄스런 일이다. 귀중한 유물을 봐도 까막눈이라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랴.

아들아, 너에게도 인생을 바쳐 빠져 연구할 분야나 일이 있느냐.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능력이 갖춰져 있느냐. 그래 더 생각해보자꾸나. 아직 할애 받은 시간이 많은 나이니까 만들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나 인생이 아무리 길어도 할 일과 욕심에 비하면 인생은 짧기만 하구나.

혹한기 훈련 중일 아들에게 아빠가

아들이 고맙고 감사한 일들

-조금만 가리고 보면 귀엽고 아름답다

아빠 엄마 씀

부모 된 이 자식의 건강을 최고로 치니 아들이 1.건강히 자라주어 감사할 따름이다. 2.많이들 눈이 허술해지는데 아들은 안경이 필요 없는 시력을 유지하니 감사한 일이다. 3.얼굴 한 군데 상처 없고, 4.피부에 상한 곳이 없으며, 5.뼈 한 마디 고장 난 곳이 없으니 스무 해 자라며 깨끗한 바깥 몸을 보존하여 자라 복되니 감사하다.

그뿐인가. 6.사소한 감기 외에 큰 병을 앓은 바 없으며, 7.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한 적이 없고, 8.아직까지 여타한 고질병이 생겼다는 말 들은 바 없으니 9.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하여 10.부모가 물려준 안몸을 잘 보존해 왔으니 감사한 일이다.

이는 11.바른 습관과 절도 있는 생활의 결과이며, 12.엄마 아빠 말을 어려서도 잘 따라주어서 13. 건강한 일상생활을 익혀 받아들여 14.게을리 않고 실천한 덕이니, 15.어려서 부터 효자였구나.

크며 많은 벗을 사귀며 자라되 16.특별히 나쁜 벗을 사귀어 나쁜 길로 나가지 않으며, 17.친구로 인해 싸움을 하거나, 18.나쁜 짓을 하여 부모 속을 썩이거나, 19.몸과 마음이 피폐한 기억이 없으니 20. 노심초사 훈육하는 부모에게 큰 보답이라.

학창시절 동안을 돌아보면, 21.초중고 학교생활동안 전부 개근상을 받아왔으니 22.사람이 갖춰야할 덕목 중 성실성을 인정받은 것이요. 23.본인의 도리를 지켰으니 책임감도 있으며, 24.소속감이 강해 할 바를 지켰으니 칭찬이 됨이라. 25.이 모두 쉽지 않은 일이었으매 당연한 일로 알아 행했으니 선하다 할 것이다.

26.단순히 학업을 따라감도 쉽지 않거늘 초중교까지 성적도 우수하여 27.학급 임원도 수 회 하며 28.급우와 선생님들께 인정받으며 자라니 부모로서 흐뭇하였으며, 29.특히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그러하였으니 30.부모 부담도 덜어주며 잘 자라주었다.

몇 가지 기억키로, 31.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오르는 복도에 게시된 붓글씨에 네 이름을 발견한 때, 32.어렸을 적 살쪘을 때 마른 애들과 뒤쳐져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포기하지 않고 고대 스케이트장 주변을 수십 바퀴 달리기하던 모습과 33.그렇게 연습하여 스케이트장에서 훨훨 타던 모습, 34. 힘들게 과정을 익혀 수영장을 몇 번이고 왕복하던 모습, 35.꾸준히 십여 년 도장을 다녀 태권도를 익힌 일, 36.학원도 안다니고 아빠에게 운전을 배운 일, 이 모두 포기하지 않고 어느 정도 특기로 익힌 것이 고맙기만 하다.

37.중학교 졸업식장에서 상 타러 나가던 모습, 38.고등학교 때 백일장과 39.나의 주장발표대회 나가 상 타던 모습 등 40.스스로 나서 기량을 발휘하던 모습들이 보기 좋았단다.

41.어려서 부터 하나뿐인 여동생을 우애 있게 보살펴주고 친절히 안내해주어 42.동생이 잘 따르고, 믿고 의지하니 고마운 일이다. 43.또한 네 유난히 엄마를 챙기고 생각하는 마음이 깊으며, 44아비의 건강을 걱정하고 마음 더하기를 끊임없이 하며, 45.부모가 그렇지 못하였음에도 더할 나위 없이 마음 써, 기르고 위하여 수고하였음을 이야기하니 고마운 일이다.

46.이 모두 근본이 뼈대 있는 자손으로 부끄럽지 않으니 조상에게까지 자손으로의 도리를 함이라. 47.하여 부모 된 자 자긍심과 후덕한 맘으로 일상을 조율케하니 이런 자식 둠이 기쁨이 되더라.

돌아보면, 48.대학 진학의 고민이 깊을 때에도 스스로를 잘 삼가고, 49.지난한 여러 방향을 고민하면서도 엇나가지 않고, 50.본인의 의지를 지켜 진학하여 나아갈 길을 챙기니, 51.상황과 처지를 판단하고 현명히 처신함이라. 52.그 생각 둠이 얕고 이기적이지 않으며, 53.두루 살펴 지향하니 바른 삶의 길을 감이라.

54.요즈음 흔히 제 일심의 평안 외에 살피지 못하는 무릇 이기적 젊음에 비하면 깊이가 있으니 부모에게 기쁨이 된다. 55.요즈음 길 막힌 젊음에 어찌 근심이 작으랴만 젊다고 나약하지 않으며, 56.젊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혈기로만 나대지 않고 57.진중한 판단과 처세로 부모를 괴롭히지 않으니 이미 스스로의 길을 감이라. 58.풍요와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자라고 살아왔지만 재물의 귀함을 알아 아끼고 헤프게 소비하지 않으며 두려워 할 줄 아니 귀한 생각이다.

엄마는 너와의 추억이 더 깊어 생각하나니 59.엄마 아들로 태어나서 감사, 60.첫 번째 아들로 태어나서 감사, 61.듬직한 모습이여서 감사, 62.늘 웃는 모습이여서 감사, 63.어렸을 때부터 건강해서 감사, 64.남들에게 인정받아 항상 기쁘게 해주었던 것에 감사, 65.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것에 감사 66유치원 때에도 여러 샘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 했던 것에 감사, 67.구몬 수학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해준 것도 감사, 68.학원 안 가도 한글을 알고 처음으로 이름을 적어 오던 모습도 감사,69. 초등학교 때에 한 번도 학원 다니지 않고도 상위권에 있어준 것에 감사.

70.엄마 어깨위로 팔 올리고 가면서 남들이 연인이라 했던 그 모습도 감사, 71.중1 때 처음으로 학원 간 것에 감사, 72.중학교1 때 임원 되어서 엄마를 으쓱하게 해준 것에 감사, 73.임원의 엄마로서 학교합장단으로 무대에서 노래하게 해줌으로 감사,

74.엄마가 배 아팠을 때 너의 배를 한번 만져보고 엄마배 위로 배를 가져다준 것에 감사, 75.그 따스했던 너의 마음에 감사, 76.엄마 생일에 미역국 끓어준 것 감사, 77.태권도를 빠지지 않고 다녀준 것에 감사, 78.수영도 끝 까지 다 배워준 것에 감사, 79.스케이트도 선수 직전까지 다녀준 것에 감사, 80.학교 임원 되어 책임감 있게 해준 것에 감사, 81.교회에서도 수련회 마지막 날 강단에 서서 기도로 마무리 했던 모습도 감사, 82.강남에 살면서도 늘 절약하던 마음도 감사, 83.핸드폰도 고2때 처음으로 사줘도 감사했던 것에 감사, 84.늘 기도 하게 해줘서 감사, 85.“사랑해”란 말을 해줘서 감사, 86.늘 엄마편이 되어줘서 감사, 87.가끔 팩허그를 해줘서 감사, 88.업어줘 하면 업어 주는 것에 감사, 89.새벽기도 갈 때 아파트 문 입구까지 배웅 해주는 것 감사, 90.맛난 거 해주면 맛나게 먹어줌에 감사, 91.다시 한번 기뻤던 일들을 돌아보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 92.여전히 아들이 자랑스러운 것에 감사, 93.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 94.이제껏 내 곁에 있음에 감사, 95.언제나 변화를 하는 모습에 감사, 96.꿈꾸고 행동하는 모습에 감사한단다.

이 뿐이겠는가. 입대하여서는 97.군대라는 조직의 규율을 잘 지키고, 98.처음 만난 전우와 상급자들과 무탈하게 원만한 관계로 적응하며, 99.스스로 수송병과를 택하여 기술을 익히고, 100.선후배들과 훈련을 잘 받고 즐거이 근무하니 고마운 일이다. 101.또한 태권도 교관을 하며 리더십을 키우고, 4단 승단도 하여 전우들과 보람을 나누고, 102.휴식시간에 체력단련을 하여 더 강한 몸을 만들고, 103.여러 가지 자기 계발을 추구하며 노력한다 하니 군대 보낸 부모를 크게 즐겁게 하고 있다.

이 모두 다 크게 감사할 따름이니 일심 보람찬 마음으로 군 복무 충실히 하기만 바랄 뿐이다.

생일 축하해

22년 전 1월 오늘. 만 22살 한국나이 23살. 벌써 그렇구나. 간난 아이가 헌칠한 청년이 되었구나. 인생의 정점에 서 있구나. 이전 이후 이보다 건강할 수 있겠느냐. 이보다 환할 수 있겠느냐. 이보다 빛날 수 있겠느냐.

아들 생일을 맞아 아빠가 일 마치고 소주를 한잔 한다. 어찌 이 아름다운 날에 한잔 안 할 수 있으랴. 전국이 눈밭이고 아빠 다녀온 중부 지방은 차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설국. 우리 아들 생일의 축포가 하늘에서 터져

눈으로 이 땅을 물들이고 있는 거였다. 하얗게 희디희게. 즐겁지 아니한가.

부대 안에서 맞이하는 두 번의 생일. 오늘 어떠하였더냐.

너는 어디서 왔을까. 아빠와 엄마한테서 온 것 말고 진짜 어떤 의미로 어떤 뜻 때문에 이 세상에 왔을까. 대답은 어렵고 어렵지만 네가 부여한 답이 답이겠지.

옛날엔 늙도록 살기도 힘들었겠지만 아빠 이제 늙도록 살고 나니 태어남을 욕스럽지 않게 산다는 것이 빛나는 거더라. 비렁뱅이 짓 안하고 스스로 자존하는 것이 눈물이더라.

삶은 살수록 살기이고 치열하지만 의미는 스스로 새기는 것

아빠는 아빠의 길을 왔단다. 큰 소득은 없지만 천하 어느 것보다 보람 있다고 생각하며 문인의 길을 걸을 뿐이었다.

답은 어디에도 없어 본인이 새겨야 하는 것. 너는 삶의 목표를 뭐로 할래. 빛나고 유창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기특하고 신통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갸름만 하기에는 시간이 없구나. 결정하고 실천하는 세월만 남은 것 같다.

이렇게 일생 동안 일 년에 한번이라도 태어난 의미를 새겨보라고 생일은 있는 게 아닐까. 촛불을 켜주는 게 아닐까.